[전은정의 증권톡] 미래에셋증권에서 사라지는 대우증권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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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정의 증권톡] 미래에셋증권에서 사라지는 대우증권을 보며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4월 12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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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전은정 기자 | 여의도 증권가에는 늘 변화의 바람이 분다. 2000년대에는 인수합병과 사옥매각 등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2016년 자기자본 기준 4위였던 미래에셋증권은 당시 자기자본 1위에 빛나는 KDB대우증권을 인수, 국내 최초로 자기자본 8조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앞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 합병한 NH투자증권, 현대증권을 인수한 KB증권 등이 있었지만 규모와 기업금융서비스 등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으며 탑 티어 증권사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꾸준히 변화를 거듭했다. 합병 직후의 사명인 미래에셋대우를 미래에셋증권으로 바꾸며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번의 결단을 앞두고 있다. KDB대우증권의 사옥이었던 미래에셋증권빌딩 매각에 착수한 것이다. 이 빌딩은 지난 2016년 KDB대우증권과 합병할 당시 편입된 핵심 오피스 자산이다.

미래에셋증권빌딩은 여의도의 핵심 업무권역(YBD)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미래에셋증권 여의도지점, 미래에셋생명 여의도지점 등이 임차하고 있다. 그간 미래에셋증권은 매각과 운용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저울질했지만 결국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본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증권업 특성상 자산유동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져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유인도 있다.

'대우'라는 사명이 사라진데 이어 KDB대우증권의 핵심자산이었던 사옥까지 매각하게 된 만큼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취재원은 "대우증권으로 입사해 30여년을 일했고 대우증권 사옥 재매입에도 참여했었는데 다시 매각을 앞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그룹 사태 등을 겪으면서도 지켜냈던 사옥이었고 사옥 재매입 후 흩어져 있던 부서를 모아 조직간 시너지를 내는 등 성과도 컸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증권사로 나아가기 위한 결정이라는 큰 뜻에는 동의하면서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옥인 만큼 서운함은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사옥 매각에 대한 아쉬움은 남겠지만 이제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 같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문경영인 2기 체제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전문경영인 3명의 부회장 중 2명인 허선호, 이정호 부회장은 대우증권 출신이다. 허 부회장은 1999년부터 대우증권에서 일하며 합병 이전 대우증권의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합병과정에선 통합추진단장을 맡았다.

홍콩법인 CEO인 이정호 부회장은 1994년 대우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궤를 같이 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두 수장이 이끌어 갈 글로벌 투자전문그룹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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