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영화 '파묘'와 풍수지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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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영화 '파묘'와 풍수지리설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3월 28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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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넘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파묘'의 소재는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의 정기를 끊기 위해 전국 곳곳에 박혀있다는 쇠말뚝 이야기 다. 과연 그때 쇠말뚝을 박았다는 것은 사실일까? 쇠말뚝 이야기는 처음에 소문과 괴담으로만 존재 했다. 그런데 과거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식으로 논의되기 시작한다.

김영삼 정권은 잘 알다시피 군부 독재를 끝냈다. 스스로 '문민정부' 로 부르며 이전 정권과 차별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역사 바로 세우기 였다. 시작은 하나회 숙청이었고 전두환 노태우를 법정에 세우는데 성공한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권 3년차인 1995년은 광복 50주년 되던 해 였다. 대대적인 일제 잔재 청산이 시작되었다. 대표적으로 옛 조선 총독부 건물(중앙청)을 해체했다. 중앙청은 일제의 잔재라는 철거 이유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풍수지리상 북악산의 정기를 막는다는 논리였다.

단지 일제 잔재라서 철거한다는 논리였다면 서울 시청도 함께 철거 했어야 했다. 김영삼 정권은 풍수지리에 진심이었기에 중앙청 건물이 대한민국의 기를 막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같은 해 2월 국무회의에 이른바 쇠말뚝 뽑기 사업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기에 이른다. 쇠말뚝 뽑기가 단순 소문이 아니라 정식 국가 사업으로 시행된 것이다.

국가적으로 시행된 쇠말뚝 뽑기 사업은 어떠했을까? 결과는 초라했다. 전국적으로 뽑은 쇠말뚝은 수십개에 불과했다. 대부분 광복 이후에 설치된 것들이었다. 일제와 관계 없는 쇠말뚝으로 주로 난간 설치 용이었다. 일제 때 설치된 것도 몇개 있었지만 이 역시 측량과 난간설치가 목적이었다.

쇠말뚝 소문은 쇠말뚝 괴담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시 김영삼 정권은 풍수지리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쇠말뚝 뽑기 사업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조용히 묻혀버렸다. 김영삼 정권의 풍수지리 정책사례가 또 있다. 과거 청와대(경무대) 건물을 모두 헐어버린 것이다. 김영삼 정권은 국가가 잘 되기 위하여 풍수지리까지 신경 써 가며 열심히 국가를 경영했지만 2년 뒤 IMF 사태를 겪게 된다.

이번 정권의 대통령도 풍수지리 때문에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소문이 있다. 진실인지 확인된 바는 없다. 요즘처럼 과학이 발달된 시대에 풍수 지리 사상 같은 미신적인 논리가 힘을 얻는다는 것이 기이한 일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그런 잔재가 많았다.

앞서 언급한 중앙청해체 잔해는 어디 있을까? 독립기념관에 중앙청의 주 골조를 지면보다 낮게 파묻은 공원이 있다. 일제잔재의 기를 말살시키려는 의도라고 한다. 그 위치를 독립기념관 서쪽에 배치하였는데 해가 지는 기운을 일제에게 선사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풍수지리에 진심이다. 아무튼 영화 파묘는 꽤 재미있다. 숨은 재미 찾기 몇가지를 언급하면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번호판은 0815, 0301이다. 무덤에 동전을 하나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마짜리 동전을 던졌을까? 당연히 이순신 장군이 있는 백 원 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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