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학교폭력과 학폭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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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학교폭력과 학폭위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3월 13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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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더 글로리가 매우 인기이다. 그에 더불어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의 자녀 학폭 사건까지 발생하여 학교폭력이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다. 더 글로리의 학폭과 정순신 자녀의 학폭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학폭위 즉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필자도 두 개 학교에서 십 년 넘게 학폭위 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수많은 학폭위에 참가 하였다.

드라마상에서 송혜교 연기한 학폭 피해자 문동은 학생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학폭위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학폭위가 존재 하였다면 피해자였던 문동은 학생은 학폭위를 통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학폭위는 여러 특징이 있지만 문동은 학생에게 유리한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학교가 신고를 받으면 반드시 학폭위는 열려야 한다. 보통 2주이내에 열린다. 아무리 말도 안되는 신고일지라도 교장이나 학교의 재량으로 학폭위를 생략할 수 없다. 피해자 학생이 일단 학폭위를 신청하면 이후 아무리 가해자 학생이 용서를 빌고 피해자 학생이 용서를 하고 합의를 했다 할 지라도(피해자 학생이 학폭위 신청을 취소하길 원한다 할지라도) 학폭위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아닌 학생이 허위 사실로 학폭위를 신청했다 할지라도 학폭위를 열고 조치없음(이른바 무혐의)결정을 해야 하는 구조이다.

둘째 학폭위 위원 중 상당수는 외부 위원이다. 관할 경찰서 경찰관, 변호사등이 참석하기 때문에 학교 내부의 이해관계로 무마 될 수는 없다. 아무리 가해자 학생의 부모가 세력가라 할 지라도 학폭위에 위력을 행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두가지 이유 때문에 문동은 학생이 학폭위를 거쳤다면 아마 구제받았을 것이고 인생을 건 복수극을 펼치지 않아도 됬을 것이다.

정순신 후보자의 자녀는 학폭위를 거쳤고 가장 중한 처분인 전학 처분을 받았다. 필자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교에서 내리는 가장 큰 징계로 퇴학처분이 있었지만 요즘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 이기도 하지만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에서도 학교에서 끝까지 교화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퇴학처분 자체가 사라졌다.

그래서 징계로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중한 처분은 전학 처분이다. 정순신 후보자의 자녀는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계속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집행정지 제도 때문이다. 학교에서 내리는 처분은 일종의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이를 다투는 것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다. 먼저 행정심판을 통하여 행정부 내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를 거친 후 행정소송을 통하여 사법부의 최종적인 위법성 판단을 받게 된다.

그런데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서는 최종 결론이 나기 전에 집행정지 신청을 잘 받아주는 편이다. 특히 학폭위의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는 더 관대하게 받아들여 지는 편이다. 정순신 후보자의 자녀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난 후에야 전학처분이 집행 되었다. 만약 재판이 조금 더 늦어졌다면 그대로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까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집행정지 제도가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집행정지 제도는 공권력과 국민이라는 비대칭적인 관계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꼭 필요한 제도이다. 다만 학폭위 처분에대한 집행정지는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이 3년이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학폭위의 처분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집행정지 제도로 인하여 학폭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3학년은 1년만 시간끌면 되고 2학년은 2년만 시간 끌면 학폭위의 모든 결정은 물거품이 된다.

결국 학폭위의 결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다음 두가지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학폭위 사건에 대한 집행정지는 다른 집행정지보다 엄격하게 판단할 것 둘째 학폭위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의 결론은 다른 소송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것 두가지가 요구된다. 학폭위가 실효성을 갖기 이전에 학폭위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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