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국지엠 법인분리' 실리 챙겼지만…여진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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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한국지엠 법인분리' 실리 챙겼지만…여진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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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 "돈 쏟아 붓고 일단 뒤로 미루는 폭탄 돌리기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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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규상 기자] 한국지엠(GM)의 일방적인 연구개발(R&D) 법인분리 강행에 반대해 왔던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며 한국지엠 신설 법인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산은과 GM이 문서로 한 약속은 경영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에서 불신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노조와의 갈등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지엠은 18일 진행된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연구개발 법인 분리와 신차 연구 개발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주요 뼈대로 하는 연구법인 설립 안건을 통과·의결했다.

이번 의결로 한국지엠 및 한국지엠의 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이하 GM), 산업은행은 향후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신설 법인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산은은 한국지엠과 물밑협상을 통해 신설법인이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의 중점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하고, 제3국에서 물량을 끌어와 최소 10년간 유지할 것을 합의했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에 4045억을 추가 지원키로 결정했다.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원을 약속한 8100억원의 절반을 지난 6월에 이어 추가 집행하는 것이다. 또한 법인분리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가처분 신청도 취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동걸 산은 회장은 "법인분리로 생산법인과 연구·개발법인 모두 영업이익이 늘고, 부채비율도 개선돼 경영 안정성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개발직 분야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이다. 부평의 시험시설이나 주행시설도 뛰어나 연구 인력과 함께 가성비를 최고로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 전반적으로 법인분리에 대한 경영 효율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국지엠 노조와 업계 일각에서는 연구개발 법인 분리가 향후 한국기지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지엠이 10년 보장 약속을 형식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R&D법인의 껍데기만 남겨 놓은 채 결국 한국에서 철수하는 수순을 밝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64억달러를 투자한 기업이 껍데기만 둘 거라고 예단한 것은 무리라고 보고, 그에 걸맞은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지엠에 대한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메리 베라 지엠 최고경영자(CEO)가 "수익성이 없는 곳에서는 과감히 철수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일방적인 결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M은 호주 등에서 생산기지 유지를 약속하며 정부 지원을 받은 뒤 결국 일방적인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인분리는 나중에 매각이나 철수 등을 할 때 결국 가치판단을 따로 하겠다는, 즉 생사부를 갈라놓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인분리로 경영 효율화 측면은 인정하나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나온 그림치고는 좋은 그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당장의 일자리 문제로 폭탄 터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돈으로 쏟아 붓고 일단 뒤로 미루는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산은과 지엠이 문서로 한 약속은 경영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번 협상이 10년짜리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10년까지 보장한다고 했지만 만약 경영상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그때는 보장이 가능하겠느냐"며 "계약서는 잘해보자는 취지에서 쓰는 것이지 결코 방어의 수단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엠이 떠난 후의 생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지엠 노조의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지엠 노조는 한국지엠 주주총회가 개최된 뒤 "법인분리 계획이 의결된 것에 노조 입장은 배제됐다"며 부분 파업을 포함한 투쟁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동걸 회장은 "물론 계약이라는 것이 법적책임 문제는 있겠지만 깨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10년 동안 생산법인과 연구법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그 이후를 보장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조 쪽에서도 이번 합의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한다면 기존 계약에 비해서 손해 보거나 피해보는 부분은 없는 반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건 많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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