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를 금융투자협회 자료로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말 기준 최근 1년 간 국내 증권사 리포트 투자등급은 대부분 매수 의견에 쏠려있었다.
이들 증권사 중 가장 많이 매수를 권유한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무려 96.3%의 비율로 매수 리포트를 작성했으며 보유(중립) 리포트 비율은 3.8% 밖에 되지 않았다. 매도 리포트는 한 건도 없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SKC코오롱PI, 삼성중공업, 넷마블, 카카오 등 여러 기업에 대한 매수 리포트를 내놨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3일 발간한 SKC코오롱PI 리포트에 대해 올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각각 9.2%, 8.3% 하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목표주가를 5만3000원에서 4만6000원으로 13% 하향했지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4분기의 일시적 부진 가능성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지난 달 초 발간한 삼성중공업 리포트에 대해서는 기자재가격 인상 등 대규모 비용요인 일괄 반영으로 3분기 실적이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의 목표주가는 이전 1만1000원 대비 9% 하향한 1만원으로 제시했지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상선 수주 호조 등으로 내년부터는 매출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2위는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95.9%의 비율로 매수 리포트를 작성했다. 중립(보유) 2.9%, 매도 1.2%로 낮았다. 3위는 하나금융투자다. 하나금융투자는 매수 94.0%, 중립(보유) 5.1%, 매도 0.9%로 작성했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은 매도리포트가 아예 없었다. 4위 신한금융투자는 매수 93.8%, 중립(보유) 6.2%였다. 5위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87.6%, 12.4%다. 6위 삼성증권은 각각 85.9%, 15.0%다. 7위 대신증권은 83.1% 15.9%, 1.1%로 매도 리포트가 조금 있었다. 그 뒤는 NH투자증권(78.8%, 21.2%), 한국투자증권(77.8%, 22.0%), KB증권(75.2%, 24.8%) 순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투자자 수익률 향상 가능성이 높은 종목 위주로 섹터를 맡다보니 매수 비중이 높게 나온 것 같다"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KB증권은 지난해 리서치센터 내부에 검수팀을 구성해 자료의 규정준수(컴플라이언스) 여부와 완결성 등을 점검해 매수 비중이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승인위원회를 통해 연구원의 투자의견이 적정한지 엄격한 내부 심사를 거쳤다. 또 리서치 자료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을 균형있게 관리한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갑-을 관계인 평가 대상 상장사와 리서치센터 간 역학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매수 위주의 리포트를 제시하는 풍토가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관행은 주식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만큼 연구원들의 독립성 보장과 금융당국, 기업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