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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력이 상실된 시장

2018년 01월 15일(월)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변호사 admin@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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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제학에서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고 배웠다. 이는 현실적으로 당연히 맞는 가설이며 법칙이다. 이 가격의 기울기 즉 가격 탄력성은 대체재의 유무에 따라 그 기울기가 달라진다. 이러한 경제학의 법칙은 합리적 소비자를 전제한 것이다. 즉 더 싼 값에 같은 효용을 주는 대체재가 존재한다면 소비자들은 그러한 대체재를 선택한다는 당연한 전제가 깔린 것이다. 

그렇다. 소비자들은 대체적으로 합리적이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맨이 ‘스튜핏’ 으로 평가하는 소비일지라도 그 개인의 가치관으로 보기에는 합리적인 소비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판단능력이 무뎌지는 시장이 세 가지 특별한 경우가 있다. 바로 무한한 ‘사랑’이 전제된 시장이다.

첫 번째는 유아용품 시장이다. 아기를 가져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나와 닮게 태어났다는 그 감흥을. 
그 아기용품을 살 때 성능은 비슷해 보이지만 가격이 두 배일지라도 ‘프리미엄’ 딱지가 붙은 제품을 찾게 된다. 그리고 성인과 공용으로 써도 무방한 제품, 예를 들어 물 티슈나 우유같은 제품이라도 유아전용으로 나온 제품만을 찾게 된다. 이는 아이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서 비롯되며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가 되면 안된다는 소비자들의 공포를 이용한 것이다. 필자 또한 그래왔다. 같은 회사의 분유가운데 반드시 프리미엄을 샀고, 1~4단계로 섭취 개월 수가 나뉘어져 있다면 아무리 많은 양의 분유가 남았더라도 버리고 개월 수가 맞는 새 제품을 구입했다.

두번째는 결혼시장이다. 결혼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미 가정을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사진을 찍거나 가족여행을 갈 경우 상당히 합리적 선택을 한다. 그러나 결혼사진이나 신혼여행에 대한 결정을 할 경우에는 비싼 상품만을 선택한다. 평생 한 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이벤트의 기대에서 오는 비합리적 소비일 것이다. 그런데 결혼 몇 년 후 그 앨범을 다시 열어보는 가정은 거의 없다. 결혼관련 비용에서 가격에 대한 교섭력이 상당부분 약해지는 것이다.

마지막은 의료시장이다. 우리는 자식이나 배우자가 아픈 상태에서 아무 생각없이 병원을 찾는다. 이때 교섭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유아용품과 결혼시장은 그나마 자신의 경제적 예산이라는 마지막 울타리가 있지만 의료 시장은 그런 울타리도 없다. 그저 공급자가 정해주는 가격을 따라야만 한다. 의료시장에서는 국민들을 소비자라고 볼 수 없다. 의료가격을 정부가 결정 통제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왜냐하면 우리는 나 자신을 그리고 자식들과 배우자를 무한하게 사랑하는 비이성적 비합리적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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