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나경수 전자정보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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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나경수 전자정보인협회 회장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10월 16일 0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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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CT 산업 강력해, 정부·업계·개인 모든 주체 고루 발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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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수 협회장이 국내 전자정보산업의 미래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 개념의 정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정보화시대에 이어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비롯된 혁명 시대라고 처음 정의를 내렸다.

반면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아직 4차 산업혁명은 오지 않았고 3차 산업혁명의 '정보화'가 심화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확연한 사실은 현재 국내를 비롯한 세계에서 미래 기술에 대한 큰 관심과 함께 이에 대한 발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없던 양상으로 환경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문명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나라 ICT의 현주소와 지향점을 나경수 전자정보인협회 회장에게 들었다.

국내 전자정보산업이 본격적으로 움튼 1950년대부터 관련 업계에 몸담았던 그는 오늘날 국내 ICT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Q. 전자정보인협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 협회는 1997년 설립돼 올해 출범 20주년이 됐다. 협회 설립자들은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일으켰던 사람들이다. 당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 삼성전자와 LG전자 중역을 역임한 업계 전직 종사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지금은 현직에 있는 사람들도 협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협회는 주로 전자정보업계 현황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기업 견학을 진행하고 뉴스레터, 도서 등 인쇄물도 출간하고 있다. 협회 사무실에 작지만 전자정보산업발전역사 도서관이라고 이름 붙여놓고 관련된 전문 서적을 모아뒀다. 전자 정보 역사에 관련한 책을 우리만큼 가진 곳은 없다.

관련 책들을 이용해 우리나라 전자정보 업계 역사에 대해 편찬했다. 1997년 당시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에 출판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산자부 출신 회원들이 이를 위해 노력했다.

당국 관계자들에게 전자정보산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끝에 2009년 출간하게 됐다.

Q. 전자정보산업이 중요하다고 표현했는데.

== 전자정보산업에는 IT산업, ICT, 빅데이터 등이 포함된다. 많이 거론되는 4차 산업혁명도 같은 맥락의 개념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예측한 정보화 사회가 점차 심화돼 지금에 이르렀다. 사물인터넷뿐만이 아니라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추세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부처 개편으로 관련 산업 발전을 추진하고 있고, 국내 전자기업 역시 시대 흐름에 맞춘 형태로 양산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Q. 국내 전자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에 비해 하드웨어에서 강한데.

== 우리나라 전자정보산업 역사는 금성사(현 LG전자)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든 1959년에 시작됐다. 이때 만들어진 라디오의 품질은 일본에 비해 10년 가까이 뒤처지는 수준이었으며, 기술력은 25년 격차가 있었다.

반면 당시 국내 업계에서는 해당 제품 수준이 기술력에 비해 그리 떨어지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고무된 정부는 1960년대에 국내 전자산업을 부흥하기 위한 정책 시행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의류 등 경공업과 농어업 상품 수출로 나라 경제를 선도했으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로 확정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석·박사 등 전문가들이 초청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여기서 우리나라에는 전자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이 많다는 점이 거론됐다.

세계 200여개 국가 가운데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가 한국을 비롯해 10여개 국가가 있는데, 이 중 우리나라가 가장 잘 다룬다. 젓가락 사용은 손재주인데 전자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이 손재주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특히 20대 여성층의 섬세한 기량이 활용되면 세계를 주무를 수 있다는 판단이 당시 논의 결과다.

국내 반도체 사업은 1965년에 움텄다. 1966년 모토로라, 페어차일드 등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들 기업의 기술이 산업의 포문을 연 것이다. 1969년 아남산업(현 앰코테크놀로지)이 반도체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 반도체산업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했다. 50년 정도 된 셈이다.

Q. 부진한 점도 있을텐데.

== 국가 경제의 근간인 반도체산업에 대해 말하자면, 요즘 잘 나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70~80%를 차지하는 등 압도적이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발전은 더딘 편이다. 현재 다국적 기업인 인텔, 퀄컴 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수요는 시스템과 메모리 반도체의 비율이 8대 2 수준이다. 우리 기업들도 인지하고 있다.

삼성, SK의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비중을 합하면 10% 가량이다. 양적 성장이 필요하다. 최근 공장을 증설하는 등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부문과 함께 장악해야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라 할 수 있다.

Q. 승산은 있는가.

== 해당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까지 들어가서 메모리 반도체 모양으로 석권한다 하면 미국이 가만있겠나? 반도체 산업이 그들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요즘 목숨을 걸고 달려들고 있어 만만치않다. 우리나라가 점유율 20~30%는 확보해야 한다.

Q. 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가 개선해야 할 점은.

== 먼저 국내 산업의 노동 유연성이 보장돼야 한다. 노동 유연성의 부재는 노동 여건을 악화시키고 결국 일자리를 해외로 유출하는 원인이다. 대기업들이 대형 공장을 중국 등지에 짓는 이유다. 대규모 사업장이 한국에 있어야 한다. 국가의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 전자 부품 제조사 한국마벨(현 한솔테크닉스)의 싱가포르·홍콩·타이페이 지점장으로 각각 근무하면서 이들 국가의 경우 노동여건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우리 정부도 규제를 완화해 핀테크, 블록체인과 같이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아이템들에 대한 업계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들 가운데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없애야 한다.

Q. 국내 기업의 과제는.

==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기업의 경우 최근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갑질을 없애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하는 일에 끼어들면 안된다. 과거에 역량을 갖춘 작은 업체가 자금이 필요해졌을 때 대기업들이 인수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각성하고 있다. 자기들에게 이익될 게 없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이 직접 회사를 운영하지 않고 가족이 경영을 하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는 대기업들이 10조원을 벌면 5조원을 떼서 작은 기업과 나눠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익공유제 도입을 강조했다.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면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은 본업에 집중하고 다른 데에 한눈 팔지 않아야 한다.

종전 (사)한국전기용품안전관리진흥원에서 일하면서 당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장 안전 여부 검사와 함께 애로 발굴, 관련 법 강의 등을 했다. 당시 접한 기업들 가운데 오너가 한 길을 파면 성공한 기업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노력하면 90% 이상이 잘 됐다.

문제는 그들이 돈을 벌게되면 다른 데 손을 뻗는다는 점이다. 욕심내서 사세를 확장한다든지 땅을 산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안된다.

종종 기업들이 본업 외 사업을 시도할 때가 있다. 개척정신을 갖고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자기자본율을 낮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자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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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수 회장은 정부가 평등하게 정책을 이끌어 업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른쪽은 본지 최동훈 기자.
Q. 정부와 기업이 제 역할을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 정부와 업계 사이에 존재하는 단체나 조직들이 없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전국경제인연합회 같은 조직과 단체를 말한다. 물론 일부는 기업과 정부 모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규모도 크고 조직력이나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강하다.

다른 일부 조직들은 오히려 국가와 산업의 각 발전에 저해가 된다. 기업들이 이들 조직에 가입해 연회비를 내는데 기업별로 연간 평균 30억원 정도 든다. 준조세에 가까운 것이다.

이에 따른 부담은 기업이 만드는 상품이나 서비스 비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이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 전가된다. 회비를 납부하지 않게 해야 한다. 조직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최근 우리나라 산업 내부 상황이 맑아졌다. 1960~70년대에 쓸데없이 사람들이 자주 만나 돈을 낭비하곤 했는데 이런 것들이 요즘은 많이 개선됐다. 더 나아져야 한다.

Q. 끝으로 한마디 한다면.

== 1970년대 홍콩에서 근무할 때 현지 전자부품 제조사를 방문해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한국을 몰랐다. 중국, 일본 근처에 있는 나라냐고 물었다. 지금은 몰라주는 데가 없다. 국력이 커진 게다.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 바탕이 됐고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자기 역할에 충실한 덕분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 정부도 정부대로 어느 쪽만 편을 들어주면 안되고 평등하게 정책을 이끌어 업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능력있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 기웃거리지 말고 한 우물을 파야한다. 그래야 그들로부터 긍정적인 영향력을 접한 후배들도 발전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하면 오늘날 환경이 좋아졌다. 인재가 양성될 수 있는 토양이 갖춰졌다고 본다.

◆ 나경수 한국전자정보인협회 협회장은

1971년 주식회사 한국마벨 전자부품회사 업무부장, 홍콩, 싱가포르, 대만지점장 각각 재임. 1980~1981년 해태상사 전자본부장, 1983년 주식회사 세기전자 상무를 거쳐 1992년 사단법인 한국전기용품안전진흥원 교육홍보 담당이사에 선임. 1996년 한국전자정보인협회 부회장으로 취임해 2013년부터 회장직 맡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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